청첩장 받은 버스기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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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승객 조회6,707회 작성일 06-10-05 11:11본문
내가 여기에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동창회에서 들었을 수도 있고,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우려고 속도를 줄이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얼굴을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거예요.
버스가 정차를 하자, 내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버스에 오르더군요. 그녀였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걸,
그녀의 표정에서 알수 있었죠, 침착하고, 담담했거든요.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잡았습니다.
그녀가 버스비를 내고 등을 돌려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두 팔에 힘이 쫙 풀렸거든요...
그녀가 나를 떠나던 날엔, 두 다리에 힘이 쫙 풀렸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부모님께서 마음이 변하신 게 아니라면,
약속을 지키러 온 거겠죠.
만약 결혼하게 되면, 다른 사람한테 듣기 전에,
서로 제일 먼저 얘기해주자고 했었거든요.
다음 정류장인가에서..한 남자가 탔는데,
보기에도 귀티가 나더라구요.
그럼 그렇지..올라타면서 버스비가 얼마냐고 묻더군요.
교통카드도 없고, 버스비를 몰라도 되는 남자,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 남자가 참 부러웠습니다.
저도 아버지 사업이 기울지만 않았어도,
버스비가 얼만지 모르고 살아갔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녀를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일 뿐이에요.
종점에 도착하니, 버스에 남은 사람은 그녀뿐이었습니다.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가 뒷좌석에서 들려왔어요.
"나, 약속..지키러 왔어..아니 사실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뒤를 돌아 볼 수 없었습니다.
"축하한다. 부모님도 안녕하시지?
잘 돼서..우리 부모님이랑..나랑..보란 듯이 잘 살아줘"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흰 봉투가, 놓여있었습니다.
사인펜으로 쓴 내 이름이..번져 있더군요.
그리고 지금..번진 이름이 또 번지고 있습니다.
청첩장 속의 그녀가 왼쪽 볼에 보조개를 보이면서 환히 웃고 있는데,
전,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해도 알려하지 말라고,
때론 모르는 게 약이 될때가 있는 거라고...
한성...아저씨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구요 안전운전 하세요^^~~~